[D-116]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by

좋아하는 아트시네마에 못간지가 오래되었다. 늘 혼자 영화를 보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과 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보통 나는 그런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본 영화 줄거리도 까먹는 판에 이 영화를 누구랑 봤는지는 더더구나 기억이 잘 날리가 없다. 

이 영화는, 기억이 난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사랑의 시작같았던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고 김민희의 연기 또한 매우 자연스럽다고 느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카페씬에서 김민희가 말을 주저하며 눈을 밑으로 내리까는 모습이 내가 화났을 때와 매우 흡사하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는 오래오래 내 마음에 남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누구랑 봤는지 또한 오래오래 기억하고 있다. 스스로 무섭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그 사람은 내가 눈을 밑으로 내리 깔고 얘기를 조근조근 시작하면 그게 그렇게 무섭다고 했다. 보통의 나는 수다 떨기를 좋아하고, 사람에 대해 친근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살짝 웃는 입꼬리를 실룩실룩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반면, 눈을 밑으로 내리깔고 낮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얘기하는 또 하나의 내가 있는 것이다. 결코 김민희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그럴 때의 나는 마음이 굉장히 닫힌 상태로 차갑기 그지없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실망을 할 때가 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고 하는데, 말에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가 없는 사람은 실망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인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기대가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에 대해서도 실망은 클 수가 있다.

이렇게 생겨먹은 거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없이 마음을 쓰고, 그 만큼 돌아오지 못하면 서운한 채로 아마 평생 살다 죽을 것 같다.

손편지를 줄여야겠다. 10개를 쓰면 하나도 받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말하자면, 예전 학교다닐 때는 군대간 친구들에게 참 편지를 많이 써줬다.
평소에는 쓸 일도 없던 동아리 후배들에게도 써주고, 그냥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에게도 보냈다.
어느때보다 정성스런 답장을 받을 수 있어서 참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집 어딘가의 박스에 가득 담겨 있을텐데
그 마음들을 들춰 보고 싶은 휴일 오후다.



덧글

  • 2018/11/13 10:3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11/13 12: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11/14 09:1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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