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맛 by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흐르고 있다. 장마로 주춤했던 더위는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다.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게 된다. 길거리에 다니는 차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특별한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부웅- 혹은 바앙-하고 지나는 바이크 소리가 나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쳐다보곤 하는데, 이것 또한 신기한 경험이다. 살면서 바이크 소리를 신경쓴 적은 없었는데, 사람이 관심이 생기면 오감이 다 반응을 하는 갑다... 이렇게 생각하니 즐겁지 않을 수 없다.

알던 얼굴이 다르게 보인다. 못생겼다는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그렇다고 되게 멋있다거나 내 타입이라거나 하는 생각도 해본 적 없던 얼굴이다.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몸짓이지만 하나하나 새롭게 다가온다. 여름이란 계절의 힘도 있을까? 마음이 말랑말랑 버터처럼 녹아서 그런 건가. 신경쓰지도 않던 큰 키가 멋있게 보이고 처음으로 기대보고 싶단 생각도 하게 됐다. 흠집 많은 마음일지라도 누군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소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나쁨'에 대한 지겨운 고백을 듣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문장을 읽고 마음이 아렸다. 이곳의 이 일기장 섹션이 나한테 그런 곳 아닐까 싶었거든. 10년도 넘은 공간이라, 자주 오는 사람은 없지만 은근히 아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이니까. 내 마음을 털고 난 부스러기와 찌꺼기를 잔뜩 여기다 털어 놓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뭐 어때. 나의 나쁨을 읽는 것도 그들이 선택한 일일 뿐이다. 어쨌든 이곳은 나만의 오롯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내 방에서조차 아직 자유롭지 못한 내게 이런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온전한 나만의 방. 

은근히 식욕이 있다가도 없다. 무엇이든 잘 먹는 타입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거의 아메리카노로 연명하곤 하니 바지가 헐렁해졌다. 몸무게도 재보지 않았지만 바지가 헐렁한 것으로 보아 상당히 몸무게가 빠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역시 여름인가 싶다.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얼굴이 핼쓱해지는 건 보기 싫기도 한데.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따릉이는 넘나 사랑하고 재미있지만 이번 장마철을 보내며 한 이 주 못탔더니 몸이 근질근질하더라.

아마 이번 여름이 지날 때까진 꼼짝없이 서울에 갇혀 있을 줄 알았는데, 지방에 갈 일이 생겼다. 워낙 무더워서 피서로 갈만한 곳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아는 사람들을 많이많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서로의 나이듬을 확인하고 웃고 떠드는 것만큼 정겨운 것도 없지 않나. 어떤 옷을 입고 갈까 고민하는 즐거움도 있다니 새삼스럽다.

새로운 책을 시도하지 않는 나날들이 지나고 있다. 쌓아둔 책들만 읽어도 모자란 시간에 독서는 자기 전에 잠깐이 다다. 날잡고 책만 잔뜩 싸들고 어디 섬에 가서 바다나 보며 책이나 읽는 휴가를 가지고 싶다. 지금 내 인생이 휴가라 딱히 그럴 일은 없겠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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